[송봉운의 한자 이야기(1)]
- 나 아(我)
"나는 스스로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있으며
세상이라는 전쟁터에 서 있다."
원래 나 아(我)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《서유기 西游记》에 나오는 저팔계가 들고 다니는 쇠스랑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양입니다. 농기구처럼 보이는 것은 고대에 보편적인 무기로 사용되었던 일종 창을 의미합니다. 이 무기는 중국의 상(商)대와 전국시대에 가장 많이 쓰였는데 진(秦)대 이후에 점차 사라졌습니다. 전쟁이 나면 이빨이 세 개 나 있는 날카로운 무기를 위로부터 내리찍어서 인명을 살상했던 것이죠. 사실, 중국에서 이 나 아(我)자가 '나'를 지칭하기 전에는 우리가 생각할 때 임금님이 스스로 칭할 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짐(朕)이나 과인(寡人)과 같은 단어들을 누구나 사용했습니다. 짐(朕)은 진시황 때 이후에, 또 과인(寡人)은 당(唐)대 이후에 오직 임금만을 칭하는 단어로 굳어졌죠.
이처럼 무기는 고대로부터 '나', '개인'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. 자기 방어 수단으로, 생명을 보전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로서 무기는 곧 나 자신이요, 나는 바로 무기였던 것입니다.
사람은 방어기제(防禦機制, Defense Mechanism)를 가지고 있습니다.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외부 공격에 대하여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방어하는 반사적 기능이 있습니다. 이것이 없이 개인이 생명과 안위를 보전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.
갑골문의 나 아(我)자에서 볼 수 있는 대로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 무기를 가지고 서 있습니다. 당장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싸울 태세를 하고 있습니다. 적을 내리찍어버릴 기세입니다. 정말 하루하루 맹렬한 전쟁을 하며 살고 있죠. 비록 이런 현실이 매우 애석하기는 하지만, 이런 현실을 아주 부정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.
[부언] 이 글자에서 왼쪽의 삼지창처럼 생긴 부분을 사람의 손으로 오른쪽의 막대기처럼 생긴 것을 창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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