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3년 7월 8일 월요일

[송봉운의 한자 이야기 (2)] - 사람 인(人)

[송봉운의 한자 이야기 (2)] 
- 사람 인(人)

"사람이란 존재는 늘 삶의 무게에 눌려 
팔을 땅으로 축 늘어트리고 있는 
지쳐있는 존재일지 모른다." 

사람 인(人)자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속설 및 나름대로 해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. 사람 인(人)자가 남자에게 여자가 기대고 있는 모습이라거나 두 사람이 동등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라거나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은 적이 있습니다.
사실 갑골문을 보면 이것은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모양을 그려 놓은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. 왼쪽에 짧게 늘어져 있는 선은 팔뚝을, 위로 뻗어 나온 것은 누가 봐도 머리이며, 왼쪽 아래로 신체, 즉 허리와 다리가 뻗어 있습니다. 문자의 사람은 곧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있는 모양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줍니다. 이 모양은 필경 지체 높은 왕족의 모양같이 보이지는 않고 일반 평민이 열심히 일하거나 최소한 일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.
사람 인(人)자가 음양설의 하늘과 땅을 형상화한 것이라거나 두 사람이 의존하고 있는 모양을 의미한다는 말은 외롭게 혼자, 그것도 구부정한 자세를 한 사람이란 의미보다 뭔가 대단하고 아름답게 들리는 면도 있습니다. 그러나 갑골문의 사람은 앉아 쉬지도 못한 채 조용히 혼자 서 있습니다.

사람의 삶은 고통이라고 합니다. 영면(永眠)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땀을 흘리며 일해야 합니다.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많은 스트레스가 우리로 비틀거리며 휘청거리게 합니다. 늘 어딘가 쉴 곳을 찾아 더듬거리고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. 항상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. 갑골문(甲骨文)과 금문(金文)에서 극히 짧았던 사람의 팔은 소전(小篆)체로 넘어오면서 상당히 길어져서 그것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가 됩니다. 그러다가 활체(活体; 楷体)에 와 드디어 가장 안정적인 모양을 취하게 됩니다. 하지만 여전히 이족보행(二足步行)을 하는 사람의 모양과는 거리가 멀게 보입니다.

피곤한 일상을 살다가 잠시 짬을 내어 저의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신다면 사람 인(人)자에 관한 속설을 믿는 편이 낫다고 여길지 모릅니다. 두 사람이 의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혼자 외롭게, 그것도 땅에 팔을 늘어뜨리거나 엎드려 있다는 해설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들릴 것입니다. 사람은 필살 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 존재입니다.

아기가 태어나서 땅에 손을 짚고 기어 다닙니다. 조금 더 자라서 직립보행을 하게 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허리가 점점 구부러지고 다시 자주 아기처럼 땅에 손을 짚게 됩니다. 이런 사실로 보자면 사람을 늘 꼿꼿하게 서서 이족보행을 하는 존재로만 이야기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. 아기와 노인을 제외하고 젊은 당신 역시 지금 삶에 지쳐 팔을 땅으로 축 늘어트리고 있지는 않은가요? 아니면 누워있다가 어쩔 수 없이 밀린 일 때문에 가까스로 일어나는 동작을 하는 것은 아닙니까? 그런 당신을 고대 사람들이 여기 딱 그대로 글자로 만들어 놓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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